twitter.com/moomini00/status/1705215384595616056
1 Users
0 Comments
6 Highlights
0 Notes
Tags
Top Highlights
건축가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많이 있다. 가령, 좋은 건축가는 클라이언트를 잘 설득하면 되고, 멋지고 독특한 디자인을 하면 되고,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잘 끄집어내고 몰입하면 되고, 설계만 잘하면 되고, 시공이 끝날때까지 현장을 지휘하고 본인이 원하는 설계가 현실화되도록 관철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건축사 자격이 있고 한때 설계판에서 일했었고, 지금은 클라이언트가 되어 함께 뛰면서 보는 현실은 좀 다르다.
인허가 과정에서 ego로 가득찬 담당공무원들과 자존심 센 심의위원들을 설득해야 되고, 주어진 사업예산 안에서 공사비와 디테일, 자재수급까지 고려해서 수용가능한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되고, 클라이언트와 직원들과 인허가과정에서 튀어나오는 잡탕 아이디어들을 쳐내고 정리하고 서로 기분나쁘지 않게 다독여가면서 정반합을 찾아야 되고, 용역 기성금이 언제들어올지를 늘 고려하고 직원들의 개인별 투입시간/업무효율을 계산하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새로 맡는데 투입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 하고있는 일에 더 투입해서 빨리 끝내야 할지 치밀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하도업체들(구조,기계,전기,소방 등) 돈 나가는 것도 챙겨야되고, 새로 일을 따기 위해서 영업활동도 다녀야 하고, 열두번도 바뀌는 현장상황에 맞춰서 현장회의 불려다니면서 설계 디테일이 이상하다고 욕먹으면서 Shop도면 검토도 해주고, 발주처가 규모있는 회사면 의사결정 리포트나 변경전/후 분석보고서도 수시로 써줘야 한다.
컨셉을 잘 잡고 도면을 잘 그리고 설계를 잘 짜내는건 아주 작은 영역이고,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이고 경영(재무+인사)이다. 온갖 갑(시행사,금융사,공무원)들을 상대하고 가장 거친 현장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한번도 싸우지 않고 좋게좋게 풀어낼 수 있는 멘탈이 필요하고, 회사 전체의 흐름과 프로젝트 전체의 흐름에서 돈과 시간이 맞물리는 지점을 생각해서 비용/인원을 적절히 투입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건축가의 모습은 아주 작은 일부일 뿐
주5일 40시간 일하면서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Glasp is a social web highlighter that people can highlight and organize quotes and thoughts from the web, and access other like-minded people’s learning.